어깨 너머로 둥그스름한 분홍색 반점이 보였다. 설사 우리를 집어 삼킬만큼 거대한 슬픔이 찾아올지라도 그 시작은 매번 분홍색 반점만큼 작은 신호에서 시작된다. 스코틀랜드에 사는 사촌언니가 전화를 했다. 한 달간 거기와 지내면 어떻겠느냐고. 남편을 잃은 슬픔으로 하루하루를 지옥처럼 살고 있을 그녀를 위한 언니의 배려였다. 남편을 잃고 나서 그녀는 자기가 집에서 내는 소리에 귀기울이게 되었다. 발 소리, 물 소리, 문 소리, 말소리, 생각의 소리. 그녀는 그것이 그렇게 크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되었다. 그것이 견딜 수 없어 스코틀랜드로 향했다. 그리고 분홍색 반점들이 점점 퍼져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이국의 쓸쓸함이 오히려 그녀의 외로움을 달래주던 밤에 그녀는 처음으로 시리 와 대화를 시도했다. 그녀의 남편이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