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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룰렛


은희경 작가의 여섯 번째 소설집[중국식 룰렛]에는 술, 옷, 수첩, 신발, 가방, 사진, 책 등 사물을 소재로 한 여섯 작품이 나온다. 그 중 표제작 중국식 룰렛 은 K의 술집에서 벌어지는 네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성 작가가 남성의 심리를 들여다보며 생각을 꿰뚫어 심리를 펼치는 구성이 돋보인다.작픔에 나오는 세 가지 술을 직접 한 모금씩 마셔본 뒤 그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방식 이 있는지 가보고 싶다.다른 작품도 눈여겨 볼 만한 작품이 많다. 타고난 시대의 이야기꾼이고 누군가 그녀와 이야기하면 소설의 주인공이 될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는 뜻밖의 운명을 향해 가고 있어요
행운과 불운이 교차하는 매일밤,
더 좋아진다는 뜻이겠지?

막막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밤하늘의 길잡이별처럼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작가 은희경의 여섯번째 소설집 중국식 룰렛 이 출간되었다. 그 이름만으로 하나의 브랜드라 이를 정도로 이십년이 넘는 세월 동안 꾸준히 세련된 감각을 유지하며 작품활동을 이어온 은희경은 언제나 빛나는 문장들로 독자들의 외롭고 지친 마음을 보듬어주었다. 이번 소설집에 실린 여섯편의 소설 역시 각기 다른 성광과 매력을 뽐내며 일상의 우연들이 얼마나 소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행운과 불운이 교차하는 날들이 얼마나 공교롭게 우리를 이끄는지를 은희경 특유의 섬세하고 정련된 필치로 펼쳐 보인다.

이번 소설집에 실린 여섯 작품은 술, 옷, 수첩, 신발, 가방, 사진, 책, 음악 등 우리가 늘 가까이하고 삶에서 놓을 수 없는 사물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 모티프들은 곁에 사람은 없고 사물만 있는 예상할 수 있는 범주 안에서 살아가는 (「불연속선」 137면) 사람들이 위안을 느끼는 유일한 온기의 ‘대용품’들인지도 모른다. 소설 속 인물들은 대개 표정을 감추고 ‘거짓된 진실게임’을 하면서(「중국식 룰렛」) 상대에게 속마음을 보이지 않거나 현실을 수긍하고 거기에 맞춰 자신의 입장과 한계를 정하는 (「별의 동굴」 143면) 고립되고 단조로운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이들 주변의 사물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한 개인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의 실상을 그대로 담아낸 것이다.


중국식 룰렛
장미의 왕자
대용품
불연속선
별의 동굴
정화된 밤

해설│황정아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