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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할머니


표지의 그림이 그냥 포근하다. 색연필로 그린 것 같은 따스함이 묻어난다. 무언엔가 집중한 듯 수줍게 큰 눈망울을 내리깔며 손으로 입을 가리고 미소짓는 할머니가 귀엽다. 그 무릎에 걸쳐앉은 머리모양이 희안한 소녀는 할머니를 바라보며 쫑알거리고 있다. 즐거워 보인다. 소파에 걸쳐서 자신도 끼고 싶은 듯 귀를 쫑긋 세우고 두 사람을 바라보는 고양이가 정겨우면서도 뭐지?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아하~ 이렇게 쓰니까 알겠다. 아이가 할머니 무릎에서 할머니에게 뭔가 재미난 이야기를 하는가 보다. 할머니는 먼 곳을 지긋이 응시하면서 아이의 이야기가 엉뚱한지 손을 가리고 미소짓고 있다. 고양이는 관심은 있는데 뭐가 이상한 그런 표정이다. 그렇다. 뭔가 빛바랜 듯한, 그래서 낡은 사진을 들여다 보는 듯한 이 책은 치매걸린 할머니와 손녀의 이야기이다. 글쓴이는 간략한 소개만 되어 있다. 사회학을 전공한 오스트리아 사람.사회학 전공이라 그런지치매라는 것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린이 소개도두어 줄뿐이다. 글쓴이와 같은 지역에서 자랐고 서커스에 관심이 많아서 서커스를 가르친다고 한다. 두 작가가 독특하다. 그래서일까. 내용 또한 담백하다. 우리가 보는 치매에 대한 사회적 관점, 개인의 관점이 잘 조화되어 있다. 어렵지 않다. 아이들도 그냥 이해할 수 있을만큼 쉽게 다가온다. 그 안의 의미가 무겁거나 어려울지 몰라도. 피니의 할머니는 외국을 많이 돌아다니시고 요리를 좋아하시고 깔끔한 사람으로 모두에게 사랑받는 캐릭터이다. 할머니와 공원에 가서 새들 먹이주는 것을 즐기던 피니는 어느날부턴가 할머니가 새에게 먹이주는 대신 본인이 먹는 걸 더 좋아하는 걸 본다. 할머니가 달라진 것이다. 피니의 머리를 맘에 들어하지 않었는데 멋지다고도 말하신다. 가스불을 켜고 손을 쬐기도 하고 식탁밑에 베게를 베고 주무시기도 한다. 이렇게 항상 괴상한 행동에 부모님은 걱정이 많다. 본인들은 본인들의 생활이 있기 때문에 할머니를 항상 돌봐드릴 수 없다. 그래서 부모님이 안계실 때 돌봐주실 아주머니를 모신다. 아마 요양보호사인 것 같다. 그래도 할머니에게 기쁨을 주는 것은 항상 피니다. 피니에게 할머니는 기적이다. 그리고 새 할머니가 피니는 좋다. 예쁘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마지막장쯤에 부억에서 할머니에게 음식을 먹여주는 피니의 웃는 모습이 좀 거리를 두고 보이고, 부엌문을 통해 부모님과 요양보호사인 아가타 아줌마가 웃는 모습으로 둘을 바라보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쥐들도 편안하게 쇼파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고. 가장 의아스러운 캐릭터는 바로 고양이이다. 고양이는 뭐가 이상한지 피니의 곁으로 가지 않고 부엌문 앞에서 부모님과 다가타아줌마를 뭔가 묻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마치 저렇게 놔두어도 돼요? 라고 묻는 것처럼. 그림만으로 치매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의 관점도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이 그림은 나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은 치매에 걸린 노인을 우리가 어떻게 사회적으로 개인적으로 해야하는지 잘 알려주는 책이다. 할머니가 치매에 걸렸지만 요양원으로 보내지 않았다. 그렇다고 부모님이 전적으로 자신의 생활을 희생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사랑스러운 피니 는 새로운 할머니가 된 할머니를 있는 그대로 편견없이 바라보았다. 글쓴이가 사회학을 전공해서인지 몰라도 치매에 대한 우리가 할 일을 동화라는 형식을 빌어 적절하게 풀어낸 것 같다. 모든 것을 국가가 책임을 질 수도, 그렇다고 개인이 책임을 질 수도 없는 이런 일에 어떻게 하면 둘 모두에게 조금씩만 양보하고 행복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치매에도 경중은 있기에 꼭 여기 제시된 상황이 맞다고만은 볼 수 없지만 적어도 치매라는 것이 나몰라라 하고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그리고 최악이라고만 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려준다. 사회가 성숙해진다는 것은 서로가 조금씩 배려하고 양보하면서 모두가 원래보다는 조금이라도 행복감을 느끼도록 발전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참 좋았다. 내용도 그렇지만 그 마음도, 그림도, 그림의 색채나 표정도 다 좋았다. 그래서 피니가 할머니가 기적이라고 말한 내용이 가슴에 남는다. 어떤 모습이든 어떤 상황이든 내 소중한 사람은 언제나 내게 기적이다. 정말.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돌보는 손녀 가족의 행복한 일상 되찾기
어느 날부터인가 피니의 할머니가 달라지시기 시작했어요.
예전의 할머니와 전혀 다른 새 할머니가 되신 거지요.
피니는 그런 할머니가 낯설기만 합니다.
피니 가족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까요?

새 할머니 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소소한 일상을 어린 손녀의 눈높이로 따라가면서 온 가족이 힘든 현실을 받아들이고 조금씩 극복해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린 가족 그림책입니다. 그림 또한 망각의 시간을 살아가는 할머니의 상황이 중심에 놓이도록 갈색의 모노톤으로 담백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행을 좋아하고 요리도 잘 하시던 피니의 할머니가 어느 날부터인가 달라지시기 시작합니다. 어린 피니에게 치매에 걸린 할머니는 낯섭니다. 예전의 할머니 모습은 간 데가 없고 완전히 새 할머니가 되신 것입니다. 예전 같으면 피니의 머리 모양이 못마땅하다며 혀를 끌끌 차시던 할머니였지만 지금은 팔짝팔짝 뛰시며 좋아하시고, 공원에 가서는 오리 먹이를 할머니가 더 맛있게 드시십니다. 전기 레인지를 켜놓고 음식 대신 자신의 손을 올려놓아서 온가족이 혼비백산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피니의 이야기를 듣다가도 금방 코를 골며 주무시는가 하면, 웃을 일이 아닌데도 번번이 웃는 바람에 피니를 화나게 합니다.

피니와 엄마 아빠는 그런 새 할머니 때문에 점점 지쳐갑니다. 그러나 피니는 곧 달라진 새 할머니를 이해하고 예전에 할머니가 그랬듯이 친구처럼, 동생처럼 할머니를 대합니다. 이제 피니는 할머니의 식사를 도와주고, 머리를 빗겨드리면서 할머니와 다정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매일 몇 시간씩 요양보호사가 할머니를 돌보러 오면서 무거워졌던 집안 분위기도 다시 살아납니다. 피니네 가족은 새 할머니가 자신들에게 기적이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