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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은 어떻습니까

        ‘런던에서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은 어떻습니까’ 외국에서 디자이너를 대하는 태도와 한국에서 디자이너를 대하는 태도, 처우, 방식이 상당히 다르다는 소문들에 의해 갖은 상상을 품은 터였다. 막상 외국에 몇 일 있다 다녀오면 ‘역시, 한국이 최고야!’를 연발하지만, 다음날이면 한국의 익숙함에 한국의 본연의 것들 따위는 까마득히 잊고 다른 나라를 마음에 품기 일쑤였다. 런던에서 디자인 일을 하면 어떨까. 닿을 수 없는 기대감으로 책을 열었지만, 금방 현실에 부딪혔다.      ‘저는 이 책이 여행기나 잡지가 아닌 ‘책’으로 보이길 바랐어요. 디자인 작업 이미지가 많이 소개되는 책이지만, 단지 이미지를 ‘보는’책이 아닌 ‘읽는’ 책으로 디자인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최대한 인문서적에 쓰이는 주석과 캡션 등의 원칙을 따르려고 노력했고, 독자들이 읽기에 편한 형태와 재질, 글자의 배치는 무엇일지 많이 고민했어요.  _지콜론의 PopDesign ⓒ ‘일상의 실천’의 권준호와의 인터뷰 중 (http://gcolon.khan.kr/345)     권준호 작가 책은 그의 의도답게, 현실이 보일 듯 말 듯 미묘하게 포장되어 있는 에세이 형식의 런던의 삶을 그리지 않았다. ‘런던에서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은 어떻습니까’ 는 ‘커뮤니케이션 디자인’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표현하고 설명했다. 거의 이책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글쎄. 책을 접하면서 확실히 디자인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루하게 책장을 넘겼는지도 모르겠다. 디자인에 대한 방향을 확실히 잡고 싶다거나 디자인을 배우고 있는 학생이라면 ‘런던에서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은 어떻습니까’는 좋은 서적일지도 모르겠다. ‘커뮤니케이션’ 혹은 사회성이나 이슈 등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 하면서도, 런던 생활에 필요한 자료나 그가 느꼈던 학교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고 있기 때문에 지극히 인문학적이지는 않다. 에세이와는 다르지만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디자이너로서의 런던 이야기를 담고 있긴 하니까.  더불어 권준호 작가의 정신, 디자인을 보여주기도 하고 현직 디자이너와의 현실을 담은 이야기 등을 인터뷰 형식으로 들려주기도 한다. 방대한 글들 사이에서 나처럼 ‘런던의 디자이너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것인가!’ 에만 초점을 맞춘 이라면, 물론! 쉽게 읽기에는 그리 가벼운 책은 아니다.      작업은 삶과 비슷한 면이 있어요. 살아가며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삶을 구성하는 주요한 요소들입니다. 삶의 어떤 부분만이 중요하고, 어떤 부분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작업의 ‘완성’이라는 것은 하나의 마침표에 불과할 뿐이라고 생각해요. 작업은 그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그 순간에 이미 하나의 완성품일 수 있어요. 그 과정 과정이 더해지면서 자신이 원하는 결과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겠죠. 완벽한 계획이나 논리적인 배경이 있다고 해서 과정을 건너뛰고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_198)         //아드리안 쇼네시_ Interview08 저는 이 기간 동안 제가 조나단 반브룩이나 네빌 브로디 같이 실험적인 작업을 통해서 디자인의 경계를 넓혀 가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ㅡ혹은 될 수 없다는ㅡ 것을 깨달았어요. 하지만 저는 함께 일하기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종이를 고르고, 적절한 서체를 선택하고, 균형 잡힌 레이아웃을 만들어 내고, 클라이언트를 만족시킬 수 있는 디자이너는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굉장히 현실적인 목표를 갖게 된 셈이죠. (_315)      순수미술이 됐건, 상업미술이 됐건 그래도 ‘디자인’이라는 일에 소속되어 있는 시간들은 미술이라는 것과 얽히고 설켜있고 싶다. 미술로 첫발을 내딛진 않았지만, 어쩌면 나도 아드리안 쇼네시(Interview08) 선생님ㅡ 디자인 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디자이너로, 2004년까지 디자인 스튜디오 인트로(intro)에서 아트디렉터로 일했고 현재는 출판사 유닛 에디션(unit Editions)을 운영하며 디자이너를 위한 책을 출판해오고 있다. ㅡ처럼 미술을 접근해 볼 수는 있지 않을까.그렇게만 된다면, 아직은 멀기만 한 것 같지만, 디자인 일에 관한 내 꿈. ‘내 디자인에 프라이드를 갖는 것’쯤은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다가가려 애쓴다.      “당신이 믿는 가치를 지켜 나가는 것은 언제든 좋은 결과를 보장해준다. It’s always ok to stand up for what you believe in”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 때로는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있을 수 있어요. 물론 단기간의 손실을 볼 수 있지만, 그 결정은 당신에게 자존감을 심어 줄 것이고, 사람들이 당신의 신념을 존중하도록 만들 거예요. 예를 들어, 많은 디자이너들은 어렵게 얻게 된 디자인 프로젝트를 잃게 될까 봐 클라이언트와 논쟁하는 것을 두려워해요. 하지만 저는 발전적인 논쟁이 그 작업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고 확신해요.(_320)            

저자 권준호가 디자이너로, 또 외국인으로 런던이라는 공간에서 살게 된 이유와 또 저자와 같이 외국으로 런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사회와 사람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저자의 개인 작업이 이어지고, 런던을 대표하는 정보디자인 페이지로 이어진다. 런던 지하철 전용 서체 존스턴 & 지하철 노선도 디자인, 런던 교통 표지판 & 전용 서체 디자인, 자선보다는 소비, 〈빅이슈〉 잡지, 디자인 공모전, 모노타입 아카이브 등 런던하면 떠오르는 디자인이 이어진다. 런던에서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은 어떻습니까 는 가볍고 유쾌한 디자인 개괄서는 아니다. 물론 영국의 노선도나 교통 표지, ‘Keep Calm and Carry On’ 포스터나 잡지 〈빅이슈〉같이 영국, 또 런던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디자인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다뤘다. 하지만 투어리스트 신분의 눈요기에 그치지 않고, 이들 디자인의 유래와 의미를 천착이랄 만큼 성실하게 탐구했다. 저자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펼쳐 놓는 런던의 디자인적 관심과 역사는 우리로 하여금, 런던이란 풍경을 보다 차분히, 즐기도록 돕는다.

추천사
여는 글

Part 1 런던이라는 도시에 산다는 것
_영국인 할아버지, 미스터 로빈슨
_낯선 도시에서 프리랜스 디자이너로 살기
_Work 1 런던에서 외국인으로 산다는 것은 어떻습니까?

Part 2 런던 디자인 이야기
_런던 지하철 전용 서체 존스턴 & 지하철 노선도 디자인
_평정심을 유지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라
_런던 교통 표지판 & 전용 서체 디자인
_자선보다는 소비, 더 빅이슈
_여왕, 그리고 디자인 공모전
_모노타입 아카이브
_Work 2 저기 사람이 있다

Part 3 나의 사사로운 디자인 이야기
_나의 사사로운 디자인사
_욕망과 폭동의 정치학
_2층 버스에서
_Work 3 탈북 여성의 삶

Part 4 디자이너와의 대화
_댄 펀
_와이 낫 어소시에이츠
_오큐파이드 타임스
_그래픽 소트 퍼실리티
_스파크 스튜디오
_닉 벨
_잇츠 나이스 댓
_아드리안 쇼네시

Part 5 영국 디자인 교육
_영국 왕립예술학교
_레딩대학교
_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_런던 컬리지 오브 커뮤니케이션

맺는 글
부록_유용한 장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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