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77무척 아름다운 옷 한 벌을 짓는 ‘바른 무역’― 파란 티셔츠의 여행 비르기트 프라더 글 비르기트 안토니 그림 엄혜숙 옮김 담푸스 펴냄, 2009.9.14. 9000원 아침저녁으로 옷을 빨래합니다. 우리 집 두 아이는 아침저녁으로 빨래를 내놓습니다. 그만큼 개구지게 뛰어놀기 때문입니다. 우리 집 아이들이 아니어도 온누리 아이들은 참으로 하루 내내 개구지게 뛰어놉니다. 비록 오늘날 퍽 많은 아이들이 학교공부나 시험공부 때문에 고단한 나날을 보낸다고 하지만, 이 아이들도 마음 가득 뛰놀고픈 꿈이 흐르리라 느껴요. 아무튼 아침저녁으로 아이들 옷을 빨래하면서 생각하지요. 옷을 모두 빨래해서 마당에 널 적에도, 잘 마른 옷을 걷어서 갤 적에도, 고이 갠 옷을 차곡차곡 제자리에 둘 적에도 생각해요. 또 아이들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 옷 한 벌을 우리 몸에 걸치고서 어떤 삶을 누리는가 하고 얘기해요. 즐겁게 입은 옷으로 즐겁게 놀고, 즐겁게 입어서 때랑 땀이랑 먼지가 묻은 옷을 즐겁게 빨래한 뒤에 새삼스레 즐겁게 개서 제자리에 두자고.인도 여자들이 옛날부터 입던 옷을 ‘사리’라고 하는데, 알록달록한 사리를 입은 여자들이 우리에게 날마다 시원한 물을 갖다 주었어. 우리는 자라고 자라서, 충분히 자라서 거둘 때가 되었지. (3쪽) 비르기트 프라더 님이 글을 쓰고, 비르기트 안토니 님이 그림을 빚은 《파란 티셔츠의 여행》(담푸스,2009)은 옷 이야기를 다룹니다. 옷 가운데에서도 ‘바른 무역(공정 무역)’으로 다루는 옷 한 벌 이야기를 다루어요. 옷 한 벌이 태어나기까지 어떤 길을 거쳐야 하는가를 다루는데, 석유에서 뽑는 실이 아닌 목화에서 뽑는 실 이야기를 다루지요. 먼저 목화가 넉넉히 자라는 목화밭 이야기를 다루고, 목화밭에서 목화를 딴 뒤에 씨앗을 바르는 흐름을 다루며, 씨앗을 바른 솜을 새롭게 엮어서 실로 이루는 흐름을 다룹니다.목화 실이 여기저기 날아다니고 있어. 마치 눈이 내리는 것처럼 보여. 기계로 우리에게 붙어 있는 씨를 떼어낼 때, 작은 목화 실들을 들이마시면 안 돼. 허파에 좋지 않기 때문이야. 우리들 목화가 모두 준비된 다음에,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아. 기계가 게속 쉬지 않고 움직여. (7쪽) 땅을 살리면서 목화를 가꿀 적에 이 목화는 아름다운 실로 거듭나고 고운 천으로 다시 태어나요. 땅을 살리고 일꾼 누구나 즐겁게 웃으면서 일해서 얻은 천에 물을 들여서 옷 한 벌을 지으면 이 옷 한 벌을 짓기까지 거친 수많은 손길은 즐거운 살림을 지을 수 있어요. 왜냐하면 값싸게 많이 만들어서 더 많이 팔아치워서 큰 기업만 살찌우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이 골고루 일삯을 나누면서 즐거운 살림을 짓는 일이 되기 때문이에요. ‘바른 무역’으로 얻는 옷 한 벌이라면 마구 만들어 낸 옷 한 벌하고 댈 적에 값이 더 들 만해요. 그만큼 여러 사람 손길을 더 살피고, 그만큼 여러 사람 일터를 더 헤아리며, 그만큼 여러 사람 살림을 더 사랑하기 때문입니다.다음날 아침에서야 우리는 옷감에 멋진 색깔을 물들이는 공장에 도착했어. 공장 여기저기에 아주 큰 통이 있는데 그 속에는 물감이 가득 들어 있었어. 자연이나 사람에게 해롭지 않은 물감이야. 하지만 이런 좋은 물감을 모든 공장에서 사용하지 않아. 값은 싸지만 사람 몸에 해로운 물감이 많아. (12쪽) 그림책 《파란 티셔츠의 여행》은 옷 한 벌을 돈으로 장만하는 오늘날 도시사람한테 ‘가게에 놓인 옷’은 그냥 놓인 옷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려주려 합니다. 오늘날에는 손수 옷을 지을 수 있는 사람이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서 돈으로 옷을 사서 입을 수밖에 없는 얼거리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옷 한 벌’이 태어나려면 땅이 있어야 하고 이 땅을 가꾸는 사람이 있어야 하며 이 땅에서 씨앗을 심고 거두고 갈무리하고 손질하는 수많은 사람이 서로 아름답게 어우러질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해요. 옷 한 벌에 깃든 이웃 손길을 헤아려 봅니다. 옷 한 벌뿐 아니라 밥 한 그릇에 서린 이웃 손길을 생각해 봅니다. 옷과 밥에다가 집 한 채에 감도는 이웃 손길을 되짚어 봅니다. 우리는 언제나 스스로 우리 살림을 짓지만, 우리 살림을 짓는 동안 우리가 이웃한테 따스히 손길을 내밀고, 이웃도 우리한테 따스히 손길을 내밀어요. 서로 돕고 서로 아껴요. 서로 사랑하고 서로 보살핍니다.운전사가 가게로 들어갔어. 문에 페어트레이드(FAIRTRADE)란 간판이 있었어. ‘공정 무역’이란 말이래. 무슨 뜻인지 아니? 가게 점원이 웃으며 밖으로 나왔어. “드디어 왔구나! 한참 기다렸는데!” 점원은 우리를 가게로 옮겼어. “너희들 모두 무척 아름답구나! 색깔도 멋지고, 무척 부드럽구나!” 점원은 선반 여기저기에 우리를 올려놓으며 즐거워했어. (22∼23쪽) ‘바른 무역’으로 짓는 옷 한 벌에는 제값을 매깁니다. 헐값이 아니라 제값이에요. 일한 사람 땀방울을 제대로 살피는 값을 붙이지요. 우리 어버이가 우리를 낳아 돌보면서 입히고 먹이고 재운 손길처럼, 내가 어버이로 살며 아이들을 돌보면서 입히고 먹이고 재우는 손길처럼, 서로서로 즐겁고 아름다운 손길이 되도록 헤아리자는 ‘바른 무역’이에요. 무역에서 바른 길을 가려 한다면, 삶과 살림에서도 바른 길을 가기 마련이에요. 밥 한 그릇을 즐거이 짓는 손길로 나누고, 텃밭도 마을논도 기쁘게 짓는 손길로 가꿉니다. 보금자리를 이루는 살림도 어느 한 사람한테 도맡기는 일거리가 아니라 저마다 알맞게 나누어 신나게 가꾸는 살림살이가 될 수 있어요. 돈을 더 치르면 되는 ‘바른 무역’이 아니라, 삶과 살림을 제대로 바라보자고 북돋우는 ‘바른 무역’이라고 느껴요. 우리 이웃이 옷 한 벌에 들이는 땀방울을 새롭게 생각하고, 내가 스스로 짓는 살림을 곰곰이 돌아보면서, 다 함께 어깨동무하는 길을 기쁜 웃음으로 찾아나서자는 ‘바른 무역’이고 ‘바른 살림’이지 싶습니다. 2016.8.29.달.ㅅㄴㄹ(숲노래/최종규 . 그림책 읽는 아버지)
목화가 주인공이 되어, 목화에서 파란 티셔츠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 옷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유통 되는지를 알려주는 지식정보 그림책입니다. 또한 공정무역(FairTrade)이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이를 통해서 올바른 눈으로 보는 세계관 사회문제도 이야기하는 그림동화입니다. 어린이들에게 세상을 발견하고, 열린 눈으로 세상을 관찰하는 마음과 서로 공유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목화가 파란 티셔츠로 만들어져서 여자 아이에게 오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밭과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 경우에 따라서는 아이들도 학교에 가는 대신 일을 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내용과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지만 그 대가로 정당한 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 그리고 서로 물건을 사고 팔 때는 이런 불공평함을 바꿔나가고 올바른 대가를 지불하여 사 오는 착한 거래 방식인 공정무역 개념을 어린이들에게 어렵지 않게 따뜻한 글과 그림으로 어린이 눈에 맞춰 풀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