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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미술가와 걷다

  미술가들을 이야기하는 책은 많지만, <나치 시대 블랙리스트 예술가들이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기에 더 궁금해졌다.  이 책은 히틀러의 블랙리스트에 올라서 <퇴폐미술전>에 작품이 전시됨으로써 수모를 당했던 7인의 예술가들 (그리피우스는 예외)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사망 연도에 따라 목차가 정해져 있는데, 정치경제사를 반영하기 위해서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와 더불어 각 예술가들의 작품 세계와 삶, 그들의 작품을 담고 있는 미술관에 대한 이야기까지 광범위하게 다뤄지고 있었다. 미술관이라고 하면 프랑스, 이탈리아를 가장 먼저 떠올렸지만, 의외로 영국에도 알찬 미술관들이 많이 있었고, 이 책을 통해 독일에도 숨겨진 많은 보석들이 있음을 알게 된 건 큰 수확이었다.  그들이 왜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는지 이유들을 들어보자.파울라는 비정상적인 여성상을 제시하여 독일 민족의 건강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렘부르크는그의 가늘고 길쭉한 인물상이 나치가 건강한 게르만 인종의 모델로서 선전하기에 병들고 나약해 보였기 때문이었고,  키르히너에 대해서는 독일적이지 못한 여성상을 제시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키르히너는 대표적인 표현주의 미술가인데, 나치는 자기 감정을 정확히 표현할 줄 아는 개인들이 두려웠고, 표현욕을 제어하지 못하는 키르히너는 전체주의 체제 유지에 위험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했다. 나치를 비롯하여 권력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체제유지를 위한 홍보적인 작품을 만들거나 지시하는대로 만들어내는 예술가를 지지할 수 밖에 없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언제든 혁명가의 대열에 설수 있는 사람들은 철저히 배제시켜야 하는 사람들이었을것이다.   콜비츠도 소개되고 있었는데, 그녀의 작품 피에타를 좋아한다. 젊은 콜비츠는 산업화 시대 여성 노동자가 처한 현실에 주목했으며 현실비판을 위한 판화 연작을 여럿 제작했고, 중년의 그녀는 사회 변혁을 위한 방향 제시, 전쟁없는 사회를 원했다. 둘째 아들을 1차 대전에서 잃었고, 2차 대전에서는 손자를 잃은 콜비츠가 남긴 피에타에는 그녀의 설움과 전쟁 없는 사회에 대한 그녀의 염원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녀의 판화들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슬픔이 가득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콜비츠가 그들을 향한 연민을 고스란히 담아내서였지 않을까 싶다. 딕스는 미술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관념에서 벗어나 현실에 깃든 추함을 거두는 것이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에 책임을 다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그의 작품에 대해서는  "당신의 그림 중에는 윤리적 감정을 매우 심각하게 훼손하여 윤리적 재생을 위협하는 그림들이 있다, 당신이 그린 그림은 방어의지에 영향을 끼칠만한 그림이다.따라서 어떤 순간에도 민족국가를 위해서 나서지 말도록 부탁한다."  - p 190 나치가 말하는 윤리적 감정이란 무엇이었을까?  인종청소를 자행한 그들이 할 말은 아닌듯한데. 그 외에도 그로피우스, 에른스트 작품들도 다루고 있다. 예술가들의 영향력과 파급력은 강했기에 정치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었고, 권력자들이 철저하게 자신의 손아귀에 둔채 예술을 어떻게 이용하려 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목소리를 높여 우리의 젊은이를 전쟁터로 모는데 큰 역할을 했던 문학가들이 많았음도 그 한 예가 될 것이다. 히틀러의 야망, 정치적인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했던 많은 독일 미술가들에 의해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등이 발달했다고 하는 것등 주변 이야기들도 흥미로웠다. 독일의 화가들에 잘 몰랐던 독자들에게는 무엇보다도 블랙리스트에 올랐지만 자신들의 예술세계를 꿋꿋이 추구해 나갔던 예술가들을 통해 독일의 미술가들에 대해 알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도 이 책이 주는 즐거움이 될것이다.     <카셀 도쿠멘타>라는 생소한 용어를 만났다.  그것은 죽어가는 도시에 예술의 기운을 불어넣음과 동시에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기록하고 퇴폐미술가 의 실추된 명예를 되찾으려는 의지로 탄생했다. 제1회는 반성을 위한 리스트 를 선정하여 나치가 혐오했던 작품으로 전시장을 채웠고, 나치의 블랙리스트에 들어 문화 예술계에서 배제당했던 작가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었다. 그러나, 반성은 오래가지 않았다. 나치 시대에 대한 반성은 냉전시대를 위한 반공으로 방향을 바꾸었다.-p 269~270 영원한 블랙리스트도, 영원한 화이트리스트도 존재하지 않는 철저히 정치적으로 예술이 이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쓸쓸한 결과인듯한다.  1937년 7월 18일 : 본행사 <위대한 독일 미술전>,                         새로 지어진 독일 예술의 전당에서 히틀러의 개회사및 화려한 퍼레이드1937년 7월 19일 : 부대행사 <퇴폐 미술전>,                         아무런 행사 없이 호프가르텐의 아케이드. 총 책임자 괴벨스 : 두 전시회가 나란히 개최된 이유는 건강한 독일 문화 와 병든 독일 문화 를 화이트 리스트와 블랙리스트로 대조하여 국민들에게 시각적으로 각인시키고자 하는 목적이다. <퇴폐미술전에 전시 되었던 그림들> 파울라 모더존- 베커 렘브루크키르히너

나치시대 블랙리스트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 권력의 입맛대로 추려낸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나치 시대 블랙리스트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으로 탄압의 시대를 읽다친숙하면서도 낯선 나라, 독일 독일 미술관을 걷다 로 13개 독일 도시의 31개 미술관을 소개한 바 있는 저자 이현애는 미술사학자로서의 풍부한 지식과 깊고도 애정 어린 인문학적 시선으로 여전히 낯선 독일 미술가들이 삶의 여정과 그들이 살아낸 시대에 관한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준다. 20세기 초중반, 전쟁과 이념으로 전 세계가 피폐하던 시절에 예술가들을 절망과 좌절에 빠뜨렸던 ‘블랙리스트’가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단어가 되어버린 지금, 그렇다면 과거 독일의 모습을 거울삼아 우리 시대 예술의 의미 또한 되새겨볼 수 있지 않을까? 한 예술가의 삶과 그들이 살았던 도시는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을까? 미술가의 삶을 다룬 책들은 대개 시간 순서에 따라 생애를 다루고 잘 알려진 작품 몇 점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이 책은 독특하게도 미술가가 살았던 시대적, 공간적 환경에 초점을 맞춘다. 독일 미술가들이 활동했던 도시와 대표작을 소장한 미술관의 관계를 그물망 엮듯 촘촘히 그려, 독자가 직접 찾아가서 볼 수 있을 정도로 친절히 안내하고 있다. 미술가는 자기가 거주하던 도시의 영향을 받았고, 그의 이름을 딴 미술관 덕분에 도시는 생명력을 얻게 되었다.또한 각 챕터 중간에 저자가 직접 찍은 도시 사진들이 양면으로 펼쳐져, 독자들에게 눈과 마음이 시원하게 탁 트이는 경험을 선사한다. 책의 말미에는 미술가별로 관련 도시와 가볼 만한 미술관을 연결한 지도를 배치하고 간략한 설명을 덧붙여, 책에 소개된 장소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하였다.

프롤로그
서문 : 독일과 독일인 미술가

01 저는 저입니다
모더존-베커와 브레멘
02 정확한 자세로 좌절하기
렘브루크와 두이스부르크
03 표현하는 자, 파시즘의 적
다리파의 키르히너와 베를린
04 예술가여, 당신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콜비츠와 베를린
05 바이마르 공화국의 가장자리
딕스와 드레스덴
06 기계미학 시대의 유토피아
바우하우스의 그로피우스와 바이마르
07 인간은 넓고, 아름다움은 수수께끼
에른스트와 쾰른
08 나치의 블랙리스트
퇴폐미술전 과 카셀 도쿠멘타

에필로그
가볼 만한 곳
인용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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